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/ 나희덕
그들도 사라진 것인가
한번도 노선에서 벗어난 적이 없던
모범 운전사들
정해진 정거장과 정거장 사이에서,
교대 시간과 교대 시간 사이에서,
못다 핀 새벽잠과 새벽잠 사이에서,
가던 길로만 가고
돌아오던 길로 늘 돌아오던
그들마저 길을 잃은 것인가
규칙적인 것일수록 믿을 게 못된다.
기다릴 것 없이 그냥 걸어가자,
노선도 한 개뿐인 이런 동네에서
파업은 무슨 파업이냐,
돌아서는 사람들 저렇게도 많은데
어두워오는 거리, 흙먼지 속에 남아
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는 이유는 무엇인가
모두가 절망의 뿌리를 캐러 떠날 때
홀로 기다린다고 오는 것은 아니다,
기다리는 것마다
돌아오는 것마다
완전한 어떤 것은 아니다
절름거리며 돌아오는 그의 바퀴와
깨진 유리창, 구멍 뚫린 눈을 보아라
빈 버스 가득히 겨울 바람을 담고
고드름을 무성하게 매어단 채 달려오는
동굴 같은 그의 가슴을 보아라.